오늘날 전 세계 영상 시장을 뒤흔드는 대표적인 서비스는 1997년, 리드 헤이스팅스와 마크 랜돌프라는 두 창업가에 의해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작은 도시 스콧츠 밸리에서 아주 작게 출발했습니다. 당시에는 실시간 온라인 영상 재생은커녕, 광디스크에 담긴 영상을 빨간 봉투에 넣어 우편으로 대여해 주는 소박한 배달 서비스였습니다.
이후 1999년, 반납 기한을 넘겨도 연체료를 물지 않고 매달 일정 금액만 내면 원하는 만큼 계속 빌려볼 수 있는 정기 결제 방식을 정식으로 도입하면서 폭발적인 호응을 얻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창업 후 10년이 지난 2007년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오늘날 우리가 널리 이용하는 온라인 실시간 영상 재생 서비스로의 대대적인 변신을 도모했습니다. 2013년에는 자체 기획·제작한 정치 연속극 '하우스 오브 카드'를 전 세계에 성공적으로 선보이면서, 해당 플랫폼만의 독자적인 자체 제작 영상(오리지널 콘텐츠)이라는 강력한 정체성을 확실히 구축하게 되었습니다.
다양한 해외 조사 기관의 설문 결과를 살펴보면, 시청자가 감상할 영상을 최종 선택하기까지 짧게는 5~6분, 길게는 20~30분 이상을 계속해서 헤맨다는 통계가 꾸준히 집계되고 있습니다. 심지어 어떤 조사에서는 미국인들이 1년 동안 오직 "오늘 밤엔 무엇을 시청할까"를 두고 고민하는 데에만 무려 100시간이 넘는 시간을 허비한다는 놀라운 결과가 발표되기도 했습니다. 즉, 이 인터넷 서비스를 만든 저만의 이야기가 아니었던 셈입니다. 볼거리가 풍족해지고 다양해질수록 역설적으로 무엇을 볼지 결정하는 시간과 피로감만 계속 늘어나는 기이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셈입니다.
이러한 심리 상태를 설명할 때 흔히 언급되는 개념이 바로 개발계기에서도 언급했던 '선택의 과부하' 현상입니다. 고를 수 있는 대안이 적정 범주를 넘어서면, 인간의 마음은 판단력을 잃고 결정을 계속 미루거나 아예 선택 자체를 포기해 버리는 경향을 보인다는 이론입니다. 즉, 풍요 속 빈곤이죠.
과거 안방극장 TV 방송이 주를 이루던 시절에는 몇 안 되는 채널 중에서 원하는 방송을 골라보면 그만이었지만, 오늘날의 인터넷 영상 플랫폼 안에는 수천, 수만 편이 넘는 작품들이 끝없이 쌓여 있습니다. 여기에 정교하게 설계된 자동 추천 체계가 끝없이 새로운 후보작을 추천하며 시청자의 눈앞에 들이밀다 보니, 정작 영상을 즐기기도 전에 고르는 행위 자체가 또 하나의 고된 일처럼 느껴지는 것입니다.
정해진 시각에 정해진 방송 채널 앞에 앉아야 했던 과거의 전통적인 시청 습관은, 이제 이용자가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분량만큼 한꺼번에 몰아서 감상하는 '연속 몰아보기' 문화로 완전히 탈바꿈했습니다.
국가별, 지역별로 엄격히 나뉘어 있던 영상 유통 시장의 국경선 역시 글로벌 플랫폼의 등장 덕분에 한층 희미해졌습니다. 덕분에 우리나라의 드라마나 스페인의 연작물이 개봉과 동시에 전 세계 수십 개국에서 한꺼번에 화제를 모으는 광경도 일상이 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수많은 작품 속에서 "어떻게 해야 이용자에게 먼저 선택받고 발견되게 만들 것인가"라는 기술과 노하우가 영상 콘텐츠 자체의 완성도만큼이나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동일한 작품이라 할지라도 이용자의 평소 시청 습관에 따라 완전히 다른 썸네일을 보여주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예를 들어 평소 사랑 이야기를 즐겨 보는 이용자에게는 남녀 주인공의 로맨틱한 모습을 강조한 표지가 뜨고, 액션을 즐겨 보는 이용자에게는 격정적인 동작이 담긴 표지가 우선적으로 제시되는 식입니다.
또한 한 회가 끝나면 다음 편으로 알아서 넘어가게 만드는 자동 연속 재생 기능을 세상에 널리 보급한 주인공이기도 합니다. 시청자가 "다음 편을 이어 볼까 말까" 망설이는 그 짧은 찰나의 고민마저 사전에 없애버린 것입니다. 이 작은 기능 하나가 사람들의 '몰아보기' 습관을 획기적으로 가속화했다는 분석도 존재합니다.